<셔터 아일랜드>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Kino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테디 다니엘스), 마크 러팔로(척 아울),
벤 킹슬리(닥터 존 코리), 에밀리 모티머(레이첼 솔란도)
미쉘 윌리엄스(돌로리스 샤낼), 막스 본 시도우(닥터 제레미아 내링)





56도 이과도주를 마신 후, 맥주를 마셨더니 술 같지 않다. 알코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이 구구단을 배우더니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덧셈을 보고 훈수를 둔다. 뭔가 굉장하거나 어렵거나 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보다 못한 강도의 행위를 하거나 볼 경우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액션과 총격전, 물량 공세, 반전, 화려한 도시가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정적인 영화를 보면 답답해 할지 모른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영화, 한드, 미드, 일드, 예능 프로그램들이 워낙 촉을 바짝 세우게 한다.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쥐어 짜는 경향이 있는데, 더 새롭고 감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과 낚시 소재들은 한 번쯤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만남 <셔터 아일랜드>
 

 

 

Return to Classic
영화의 배경은 1954년. 고전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의상만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영화의 흐름은 화려함과 긴장감을 유도했다가 이내 꺼지지 않는다. 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이고, 세련미 보다는 거칠어 보인다. 단서들이 툭툭 튀어 나오지 않고 스쳐 지나가듯 나타난다. 시종일관 지켜봐야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테디 다니엘스)의 젊은 시절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며칠 도박판에 있다 나온 사람처럼 쾡한 모습에 불안해 보인다. 주위 사람들은 어떤 비밀을 하나씩 감추고 있는 듯 하고, 분위기는 스산하고 언제 어둠이 덮칠 지 긴장감이 감돈다.


안정적인 카메라와 클래식 음악의 음역을 높여 스크린에 시선을 끝까지 모으는 데, 성공한다. 상황이 한 번에 펼쳐지지 않아 이야기는 끝까지 쫓아가야 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아 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긴가민가 하게 하는 대사들로 보는 이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한다. 한 번쯤 내가 잘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가 끝난 후, 머릿속으로 재상영을 하면, 영화에서 고전적인 냄새를 맡게 된다. 그것은 정적이면서 알맹이를 살포시 드러내는 모습과 같다.


고전 영화를 보면, 기술과 효과 구현이 지금 같지 않고 극의 전개나 흐름이 정적인 경우가 많다. 다소 밋밋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영화들 보다 훨씬 나은 작품들이 많다. 최근 3D 영화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기술력 상승은 서사의 상승을 외면해 버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고전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고전은 화려함이라곤 눈꼽 만큼 찾을 수 없고, 극 전개는 약해 보이고, 감각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자연스러움”만은 탁월하다.
 

 

 

Manager and Managing
자연스러움은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도 필요하지만 연출가에 달려 있다. 더불어 극의 흐름과 분위기가 잘 스며들도록 노력한 스태프들의 노고와 연출자의 철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다.


<셔터 아일랜드>는 기본에 충실한 영화이다. 이는 자연스러움을 대변한다.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여기지만 그다지 장르 영화 같지도 않다. 이것저것 같다 붙이지 않은, 군살을 없앤 미끈한 몸 같다. 소위 인생이 복잡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복잡함은 덜어내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마틴 스콜세지에게 보내는 박수에는 계속적으로 비워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대학 농구가 인기 절정이었던 시절, 모 대학 팀 감독이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이런 주문을 하였다. “지금 우리 팀은 두 가지가 안 되고 있어, 오펜스와 디펜스” 올드 스포츠 팬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가 되곤 하는 그 유명한 "오펜스와 디펜스", 공수가 안 된다는 얘기로 전혀 게임을 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독은 틀리지 않았지만, 팬들은 다르게 봤다. 농구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짧은 작전 타임 때,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들은 빠른 상황 판단과 전술을 짜내야 한다. 팬들은 작전 타임 때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맥을 짚어주고 지시를 내리지 못해 코미디처럼 느꼈을 테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감독을 “Manager”라고 한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팀들을 보면, 감독들의 Managing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MLB는 한국프로야구와 다르게 단장의 역할(선수단 전체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혹자들은 단장의 야구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감독은 원만한 팀 관리와 매끄러운 선수단 운영에 최우선을 둔다. 우승 전력의 팀들이 안정적인 몇 가지 이유 중에는, 그것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에서 감독이 연출을 잘 했다 못 했다라고 판단할 때 어떤 기준으로 삼는가. 대체로 배우들의 연기와 극 흐름 등을 보지만, 소위 거장들은 Managing이 걸출한 사람들이다. 영화가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일 때, 이것이 잘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예상컨대 현장은 굉장히 온화하면서 정확함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마틴 스콜세지에게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남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Yes, Chef
이미 수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들은 없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서도 ‘뻔하네’라고 할지도 모른다. 세상의 이야기는 각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나간다. 누구의 손을 거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김치찌개라고 하더라도, 앞집 영철이 엄마와 뒷집 미자 엄마의 맛은 다르다. 어떻게 지지고 볶느냐에 따라, 관심과 열정, 능력에 따라 판이해질 수 있다.


얼마 전 끝난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셰프 최현욱(이선균)은 손님 테이블에 나갈 음식을 최종 점검한다. 셰프 최와 주방 안의 요리사들은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나오는 음식의 맛과 질은 사뭇 다르다.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이 있는 영화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묘미는 재구성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으면 다른 영화가 나왔을지 모른다. 대개 원작이 있는 영화는 그것과 비교하며 보게 된다.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부각이 되었는지, 빠졌는지, 재구성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원작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방향은 달라진다. 마틴 스콜세지는 원작에 충실한 느낌이다. 대신 연출력을 극도로 높이고, 군더더기를 줄여서 깔끔한 영화를 한 편 만들어냈다.

 

 

Ending but……
보는 내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갸우뚱할 수 있다. 존 코리 박사(벤 킹슬리)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마지막에 하는 말은 생각의 갈래를 넓힌다. 스릴러 영화여서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 떨어진 결론을 알게 되면 좋겠지만 애써 그럴 필요도 없다. 자칫 흐름을 놓칠 수도 있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간만에 영화를 보며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한 번 더 봐야 할 듯한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이다. 관객은 영화가 어떻게 흐르는지 살피면서, 거장의 손길을 느껴보는 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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